보쿠라노하타 독후감 우수상입니다
  글쓴이 : 빵공장     날짜 : 18-09-03 13:46     조회 : 218    
함께 올릴 우리들의 깃발

이 향

조선학교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버스를 타고 전차를 타고 우리는 학교로 가요’라는 가사의 노래를 배웠던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이다. 얻은 지식은 일본에 있는 동포들이 우리교육을 위해 학교를 세웠다는 것 정도. 당시에는 조선학교가 나의 삶 속에 이렇게 깊숙이 들어올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조선학교라는 단어를 접한 한참 후 ‘우리학교’라는 영화를 봤다. 언제 폐교될지 모르는 학교를 다니는 두려움, 장래의 막연함, 길거리를 다닐 때 조여 오는 위협,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는 ‘조국’. 과거에 막연히 넘긴 것은 조선학교 뿐 아니라 나의 동포들이었다는 것에서 나에게 실망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우리학교를 본 후 중학교 3학년 때 재일동포들과 제주도에 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선학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과거의 내가 또 한 번 부끄럽게 된 것이 ‘보쿠라노하타’ 책을 읽고 난 후이다. 책을 읽어가던 중 재일동포들과 또 한 번 만나게 되었다. 70년 전 올린 깃발이 아직까지 펄럭이고 있다는 것에 그저 고마울 뿐이었다. 과거 통일조국으로 회귀하고자 올린 깃발은 ‘빨갱이’ 란 이름으로 치부되었고 냉전적 이데올로기의 교육 탓에 남쪽에선 재일동포들에 관한 어떠한 것도 배울 수 없었다. 그들이 경찰봉에 맞고 경찰들의 발에 채이면서 까지 간직하고 있던 ‘조국’은 그들을 외면한 것이다.
 나 역시 주변사람들 덕분에 좋은 기회들을 얻지 못했더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과거에 봤던 ‘자이니치바이탈체크’ 라는 1인극이 많이 생각났다. 연극을 보며 어렴풋이 우리 말고 우리 글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싸웠는지 느꼈지만, 책으로 실제 경험들을 읽으니 더 자세하고 생생하게 다가왔다.

 졸업을 앞둔 석철이가 세 가지 선택 중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본인이 하는 선택이 비겁하게 도망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한다. 그러나 내가 확신하는 것은 작품 속 인물들이 각자 다른 길을 선택해 가더라도 그들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이라는 길 말이다. 일본대학을 진학하는 것도, 조선대학을 가는 것도, 조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모두 그들의 존재인 조국을 걷는 것이다.
 60년 만에 하는 동창회라니, 얼마나 감격스러운가. 과거 ‘존재의 괴이함’으로 함께 아파하고 고민하며 청춘을 보낸 이들이 60년 만에 만난다. 그리고 이들과 작가는 묻는다. 통일조국으로 회귀하고자 들어올린 깃발은 그저 헛된 꿈이었는지를.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조선학교 그리고 동포들과 언젠가는 통일조국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고.
책 속 첫 장, ‘왼쪽 보도 옆으로 때 이른 벚나무 한 그루에 작은 꽃봉오리가 수줍게 맺혀있다.’와 이어지게 ‘왼쪽으로 꺾어지는 행렬은 조선중고등학교 학생들이다.’ 라는 문장이 나온다. 재일조선학교 학생들의 앞길은 쌀쌀하지만 꽃봉오리가 맺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들도 믿고 있지 않았을까. 조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막혀있고 일본정부는 계속해서 압박하지만 계속해서 가다보면 꽃이 핀다는 것을. 꽃봉오리란 것은 찾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어디는 존재하는 것이니.

 석철이와 친구들은 조선학교에서 청춘의 대부분을 보낸다. 이들은 함께 즐거워하고 함께 아파하며 그렇게 성장해간다. 나는 작품 속 태일이에게 많은 몰입이 되었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믿고 몸을 던져 조국운동을 했지만 이는 잘못된 것 이라는걸 알았을 때, 그때 오는 상실감을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단어로 표현하든 그때의 감정에 실례가 될 것이다.
 ‘권위에 반발하고, 뜻밖의 행동을 해 사람을 곤란하게 만드는 때도 있지만, 태일이는 자신이 굳게 믿는 것, 사랑하는 것에는 일편단심으로 마음을 쏟는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이 문장을 읽으며 가슴에서 쿵 소리가 났다. 주변 인물과 상황이 어떻든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소신대로 행동하는 아이에게 ‘지금까지 너의 운동은 전부 잘못되었다‘ 말한 직후에 마지막 붙잡고 있던 첫사랑까지 사라졌다면 끝없는 심해로 가라앉지 않았을까.
 석철이 또한 ‘존재의 괴이함’으로 많은 고뇌를 겪는다. 지금까지 조국이라 믿어왔던 곳은 조국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기억도 나지 않는 고향, 그럼에도 계속 배우고 있는 우리말. 하지만 그 조차도 실제 조국에서 온 이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허탈함. 책은 인물들 개인을 보여주지만 이는 나아가 재일조선인의 역사, 고난 모두를 그려낸다. 그러나 이 모든 고뇌들은 우리 모두에게 생소할 것이다.
 남북사람들이 만나고 통일을 소망하는 사람들조차 재일동포들의 현실과 역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재일동포들은 70년 동안 조국을 바라보며 있었지만 조국의 이들의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다. 조선학교의 역사와 고난, 동포들의 삶까지 우리도 모두 껴안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같은 민족의 삶을 모르고 지낸다는 것은 모순이다. 나는 재일동포들을 삶 속에서 기억하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바란다. 모두가 통일된 조국을 소망하기를, 모두가 함께 만나는 날을 기다리기를, 그리고 모두의 범주에는 재일동포들도 들어가있기를.